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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칼럼] 아! 세월 호, 그 후 5주기에 즈음하여...

 

그런 날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이상했다. 어느 영화의 소재로나 흥미롭게 나올 법한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으니.  너무 아프던 날을 다시는 생각조차 하기 싫어 이 글을 쓰는 상황에서도 망설임의 기로에서 고민했다.

‘잊지 말아 달라’고 유가족들은 말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여러 이유에서 잊고 싶어 한다. 실제로 자식을 잃은 부모나 유가족들을 제외한 사람들일지라도, 가련하고 안타까운 희생과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자들로 인해 그 이야기가 TV에서 나올 때(실제로 채널을 돌린다고 함.)마다  울분이 솟구치고 가슴 아프다.  그 무렵 관련 지역에서 생업을 하던 사람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일이 잘 안 된다고 하니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 그 사건은 아픔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나 그 유가족들이 정상적으로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자식을 길러 본 사람들이라면 안다.

 

수면 하에 깊이 쳐 박힌 배를 들어 올린다고 수천 억의 혈세를 쏟아 붓는 데도 감히 뭐라 할 말이 없고 그 부모의 심정에 동조했을 뿐이었다. 대부분 시신 내지 유골을 수습하고 몇몇의 미확인된 유골을 찾아내기 위함이니 말들도 많았다. 그러한 막대한 돈을 들여 그게 할 짓이냐고 몇 푼이 없어 생을 스스로 마감하거나 끼니를 굶는 사람들이 얼만데 그까짓 뼈 몇 조각 건지겠다고 그런 대가를 치르는 게 맞냐고들 했다.

하지만 그 남겨진 아이가 만일 내 아이라면 어찌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나도 그 부모들과 똑같이 했을 것 같다.

 

부실한 대한민국에 태어나 영문도 모르고 차가운 물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간 내 자식들의 영혼이라도 환한 육지로 끌어내고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 아울러 뭍으로 인양해야만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것이 좀더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기에.  더구나 희생자들 중에서 학생들은 투표 한 번 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어른이 만든 세상에서 움직이지 말아달란 말에 앉은 채로 필사적인 노력 한번 해 보지 못 했다. 세월 호가  점점 침몰하던 순간, 안타깝고 절망스런 마음에 낮과밤이 우울하여  밤새 잠을 못자고 TV화면을 떠나지 못하였던 기억은 아직도 그리 멀지 않다. 배가 시간을 갖고 가라앉았는데 왜 구조하지 않았을까요?

 

전에 비하여 요새는 크고 작은 사고들도 많고 사람들의 인명을 살상하는 행위들도 너무나 빈번하다 보니 사람이 죽고 죽이는 일에 우리 사회는 일부분 만성이 된 듯하다.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그랬구나 하는 정도가 되고 만다. 산업 사회, 문명화된 세상의 병폐이다 보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몇몇은 피해 가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일전에  야당의 모 의원이 세월 호 5주기를 앞두고 ‘징글징글하다. 그만 좀 우려 먹어라’는 식의 발언을 페이스북에, 같은 당 다른 의원도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통조림이나 소시지 처럼 유통기한이 있는가. 부모의 사랑에 유효기간이란 없다. 세월의 흐름따라 그리움만 커져 갈뿐.

당에서도 제명을 논한다고는 하는데  두고 봐야 알 일이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공인의 그야말로 무식한 발언에 뭐라 할 말이 없다 놀라워서.

 

단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당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과  100% 공감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설사 그냥 남의 일로 가볍게 지나친다 해도 누가 나무라진 않는다. 다만 세월 호 이야기만 나오면 그만 좀 하라는 식의 댓글과 자식 팔아 실속 차린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데 이건  아니다.  잊고 싶고 지우고 싶기로서니 그 유가족보다 더  절실한 사람은 없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는 아직 돌봐야 할 자녀도, 부모도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일로 인하여 생업에 종사하기도 어려워져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므로 적절한 보상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힘내라고 응원하고 꽃길로 인도해도 그  4월의 꽃조차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그들의 마음이다.

 

또한 그들이 원해서 그렇게 되지도 않았다. 자식의 목숨을 팔아 호의호식을 사오는 부모는 없다. 확률 게임에서 느닷없이 차출된 불행한 사람들일뿐이다.

세월 호는 늘 그렇듯이 적정량 이상으로 과적을 했고 위급 상황에 대한 매뉴얼도 확보 하지 않은 채 운항을 거듭하던 배였으므로 그런 사고는 예정된 인재였다. 그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또 다른 누군가가 사고를 당했을 수 있는 문제다.   세월 호 유가족의 아픔을 내 것처럼 여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편집자  씀 - 

 

 

*'그토록 라면을 좋아했는데 못 먹게 했던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좋아하던 라면이나 실컷 먹게 해 줄걸' 이라고 하며 울먹이던 한 학생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이 불행으로 인하여 마음의 상처를 지울 수 없는 유가족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며 희생자 전원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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