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다양한 미소가 있지만, 유독 '웨딩 앨범용 미소'는 정해진 규격이 있는 듯합니다. 티 없이 맑고, 사선으로 살짝 틀어 올린 입꼬리, 행복에 겨워 아련함까지 더한 그 표정 말입니다. 그건 마치 '인생 최고의 순간'을 연기하라는 무언의 압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근 방문한 킨텍스 웨딩박람회 스튜디오 부스에서 저는 수백, 수천 개의 '완벽한 미소'를 만났습니다. 그 미소들은 한결같이 아름다웠지만, 이상하게도 제 마음을 끌어당기지는 못했습니다.
킨텍스 전시장 특유의 웅장함 속에서 킨텍스 웨딩박람회는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였습니다. 반짝이는 드레스, 정교한 티아라, 그리고 두꺼운 스튜디오 앨범들. 앨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영화 속 주인공 같았습니다. 그리스 신전 같은 배경에서, 혹은 고풍스러운 유럽의 도서관에서 그들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있었죠. 킨텍스 웨딩박람회에 오기 전, 저도 저런 사진 하나쯤은 남기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일생에 한 번뿐인데, 가장 예쁜 모습이어야 하잖아?'라면서요.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감탄보다는 물음표가 떠올랐습니다. 저 아름다운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서 웃는 걸까, 아니면 '웨딩 사진'이라는 과업을 훌륭하게 수행 중인 걸까. 모두가 똑같은 구도, 똑같은 표정으로 '행복'을 전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한 앨범에서 발랄한 콘셉트의 사진을 봤습니다. 어색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 짐짓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연인.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이건 내가 아니야"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잘 타지도 못할뿐더러, 놀랄 때 저런 예쁜 표정을 짓지 않거든요. 비눗방울이 날리는 배경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하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넓은 킨텍스 킨텍스 웨딩박람회 현장에서, 저는 거대한 '역할극'의 대본을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신부'라는 역할을 맡아 정해진 동선과 표정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가 된 기분이랄까요. 수많은 킨텍스 웨딩박람회 방문객들 사이에서 저만 이방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다들 "이거 예쁘다"며 감탄하는데, 저만 "이건 가짜 같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는 결혼 준비의 '삼위일체'처럼 불립니다. 가장 효율적이고 검증된 방식이죠. 킨텍스 웨딩박람회의 수많은 부스들이 그 '정답'을 패키지로 묶어 친절하게 제시합니다. "이 스튜디오가 요즘 제일 인기 많아요", "이 드레스는 신부님을 여신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 하지만 그 정답이 과연 '나'에게도 정답일까요? 남들이 다 하니까, 그게 제일 예뻐 보이니까, SNS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선택하는 '스드메'가 과연 10년, 20년 뒤에도 우리 부부에게 의미가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가장 무난하고 화려한 '정답'을 강요받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제가 킨텍스 웨딩박람회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완벽한 기록' 대신 '소중한 기억'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저의 '스드메' 철학 1조 1항은 '연기하지 않는다'입니다. 어색한 포즈, 꾸며낸 미소 대신, 우리가 정말 우리다울 수 있는 순간을 담고 싶어졌습니다. 그게 설령 화려한 스튜디오가 아닌, 우리가 자주 가던 공원 벤치일지라도 말입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늘 하던 것처럼 장난치고, 편하게 웃는 모습을 담는 것이 훨씬 의미 있지 않을까요? 드레스도 '가장 화려한 것'이 아닌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원피스', 메이크업도 '다른 사람처럼 변신하는 것'이 아닌 '나의 장점을 살려주는 것'으로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드레스에 운동화를 신는 한이 있더라도, 그게 '나'답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킨텍스 웨딩박람회를 나오면서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양손 가득 계약서나 브로슈어가 들려 있진 않았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명확해졌습니다. 어쩌면 킨텍스 웨딩박람회는 '정답'을 찾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수많은 '오답' 속에서 '나만의 답'을 발견하러 가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차려놓은 완벽한 상차림을 구경하고, 그중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거죠. 결혼의 시작은 '남들처럼'이 아닌 '우리답게'여야 합니다. 여러분도 혹시 킨텍스 웨딩박람회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앨범 속 완벽한 모델이 아닌, 그 옆에 서 있는 '진짜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그게 바로 '나다운' 결혼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