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마트에 덩그러니 놓인 기분입니다. 손에는 텅 빈 카트 하나가 들려있죠. 처음엔 분명 '결혼'이라는 소박한 목표 하나만 보고 들어섰는데, 어느새 카트 안에는 평생 구경도 못 해본 휘황찬란한 드레스 자락, 수백만 화소로 반짝이는 스튜디오 샘플 앨범, 그리고 '이건 꼭 하셔야 해요!'라는 친절한 목소리들이 가득 담기기 시작합니다. 네, 바로 코엑스 웨딩박람회 같은 대형 웨딩 페어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풍경입니다.
코엑스 웨딩박람회에 발을 들이는 순간, 우리는 거대한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됩니다. 혹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강렬한 압력을 받습니다. 수백 개의 부스가 저마다 '일생일대의 완벽한 순간'을 약속하거든요. 눈부신 조명 아래 반짝이는 티아라, 동화 속 공주님을 연상케 하는 드레스, 지중해 어딘가를 꼭 닮은 스튜디오 배경까지.
이 모든 것은 '보여주기' 위한 축제의 서막처럼 느껴집니다. 이곳, 코엑스 웨딩박람회의 거대한 홀 안에서 '나'와 '너'라는 본질보다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하는 시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듭니다. 남들만큼, 아니 남들보다 더 화려하고 성대하게. 그것이 마치 성공적인 결혼의 첫걸음인 것처럼 유혹합니다.
수많은 팸플릿과 상담사의 열띤 설명을 뒤로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 문득 질문이 떠오릅니다. "우리, 지금 왜 이걸 다 보고 있지?" 이 모든 '필수 옵션'들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걸까요?
코엑스 웨딩박람회가 제시하는 화려한 청사진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에 취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이 결혼의 진짜 주인공은 수백 명의 하객일까요, 아니면 우리 두 사람일까요? 코엑스 웨딩박람회의 소란 속에서, 우리는 예식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물론 '보여주기'가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혼은 분명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닌, 두 가족의 결합이자 지인들에게 공식적으로 '우리, 이제 함께합니다'라고 선포하는 자리이기도 하니까요. 많은 분들이 축하를 위해 찾는 코엑스 웨딩박람회의 수많은 예식홀 패키지들은 이 '축제'의 의미를 극대화해줍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키워주신 부모님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 멀리서 와준 친구들에게 맛있는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마음. 이 모든 것이 모여 '모두의 축제'가 됩니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인 날, 가장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는 것은 분명 가슴 벅찬 일입니다.
하지만 축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서약의 목소리는 작아지기 쉽습니다. 코엑스 웨딩박람회에서 상담받은 어마어마한 견적서와 복잡한 일정표에 파묻혀, 정작 우리가 왜 결혼을 결심했는지 잊어버리곤 하죠.
예식의 본질은 화려한 샹들리에나 값비싼 코스 요리가 아니라, 두 사람이 수많은 하객 앞에서 서로에게 평생을 약속하는 '서약' 그 자체에 있습니다. 코엑스 웨딩박람회 완벽한 배경과 의상을 팔지만, 그 안을 채울 두 사람의 진심과 약속의 무게까지 팔지는 못합니다. 찰나의 축제가 아닌, 영원을 향한 서약이 결혼의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거대한 코엑스 웨딩박람회의 문을 나설 때, 우리 카트는 처음처럼 텅 비어있을 수도, 혹은 몇 가지 필수품만 담겨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담았느냐'가 아니라 '왜 담았느냐'일 것입니다.
결혼은 '모두의 축제'이면서 동시에 '우리 둘의 서약'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코엑스 웨딩박람회는 그저 수천 가지의 재료가 진열된 거대한 마트일 뿐, 어떤 재료를 골라 우리만의 레시피를 만들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의 서약을 가장 빛나게 해줄 만큼의 축제, 그리고 축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한 우리 둘의 약속. 그 균형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결혼을 준비하는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요.